선택 동기
아이들이 24개월 즈음 되면서 자기주장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어린이집 출입구에서 아이들이 하원 준비하는걸 기다리며 원장님과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보기 위해 나는 말했다.
"애들이 이제 점점 (말 안듣기/떼쓰기)시작한 것 같아요."
원장님이 "네, 이제 슬슬 그럴 때죠."라고 웃으며 대답해주셨다.
그리고 3살 즈음이 되자 떼쓰기가 좀 더 심해지자 나는 또 원장님께 말했다.
"요즘 떼쓰기가 정말 많이 는 것 같아요"
이제 4살, 그 때의 떼쓰기는 떼쓰기도 아니란걸 알았다. 원장님의 웃음에는 '아직 더 있어보세요,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예요'라는 속 얘기가 포함되어 있던게 아니었을까 싶다.
우리 아들, 딸(쌍둥이)의 성격, 어떤 일에 대한 반응들이 확연히 다르다.
우선 아들은 거의 삐치는 일이 없다. 양보도 잘하고, 서운해하는 법도 없다. 다만 엄마가 '이렇게 하면 안돼'라고 말하거나 '이거 아니야'라는 등의 사소한 부정적인 말에 축 쳐지거나 눈물을 보인다. 때로는 자다가 아무 이유없이(아이에게는 이유가 있을테지만 엄마는 파악이 안됨^^;) 울기도 한다.
딸은 수시로 삐친다. 특히 뭐든지 자기가 먼저여야 하는 딸은 차에서 내릴 때도, 간식을 먹을 때도 자기 먼저 안주면 오열을 한다. 아니면 -_- 이런 표정이 되어 고개를 푹 숙이거나 다른 방으로 가버린다. 물건을 던지거나 때리고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너무 재미있게 잘 놀다가도 갑자기 삐쳐버리기 때문에 당황스럽기도 하고 어떨 때는 욱이 확 올라오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걱정스럽기도 하다.
미운네살이라는 말처럼 원래 그럴 시기라 여기며 내 감정을 컨트롤 하면 된다 생각했지만, 아들은 안그러는데 딸이 너무 잘 삐치고 과격한 모습을 보이니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육아를 하면서 죄책감을 안가지려고 했지만, 딸의 그런 모습을 볼 때면 나 때문인가?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어린이집 선생님과 상담을 했다.
선생님은 너무도 정상적인 반응이라 하시며, 아이들이 아직은 말로 표현하기에 부족하기 때문에 울거나 삐치거나 화를 내거나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을 하는 거란다. 어떻게 말해줘야 하는지 알려주면 된다는거다. 그리고 중요한건 엄마가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 설사 아이가 원하는대로 해주지 못한다해도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추천 받은 책이 다음의 다섯권이다.
이미 어린이집에 구비가 되어 있어 아이들에게 많이 읽어주신 것 같았지만 집에서도 읽어주고 싶어 구입했다.
구성
총 다섯권으로 구성되어 있는 베이비 커뮤니케이션 시리즈.
어떤 상황이 주어지고 거기에는 우리 아이들같이 반응하는 캐릭터와 제대로 교육받아(?) 예쁘게 반응하는 캐릭터가 나온다. 각각의 책에서 듣기, 원하는 것을 말하기, 갈등상황에 대처하기 등에 대해 알려준다.
느낀 점
읽다보면 참 재미있는 사실이 '아이들은 이미 정답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이미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실천과 적용이 안되는 것이다.
좀 찔리지 않은가? 우리도 웬만한 상황들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교과서처럼 잘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 어른들에게도 이론과 실천의 일치가 이리도 어려운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나는 이 책들을 아이들의 행동교정을 위해 구입했지만 사실은 부모들을 위한 책이 아닐까 싶다. 아이들도 그저 본능에 따르는 사람일 뿐이라는 것. 우리가 실수하듯 아이들도 실수하고, 우리가 알면서도 잘못하듯 아이들도 알면서도 잘못하는 것이다. 이 사실만 알아도 우리는 좀 더 너그러운 부모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변한건 나다. 아이들을 나와 같은 인격체로 인정하는 것, 물론 부모의 권위를 잃어서는 안되겠지만.
나의 '욱'을 다스리는 데에는 어쩜 오은영 박사의 '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보다도 더 도움이 된 것 같다.(물론 '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 역시 큰 도움이 되었고 좋은 책이다.)
댓글